몬스터하이돌 리페인팅 과정

-리페인팅의 시작

 

수년 전, 많은 작가분들에 의해서 매우 다양한 모습으로 리페인팅되어 소개되곤 했던 몬스터하이돌 (줄여서 몬하돌)을 최근에 리페인팅 해주었습니다. 사실상 요즘에는 인기가 좀 사그라진 느낌이긴 하지만.

제 경우에는 눈을 그려넣어야 하는 작업을 즐겨하지는 않는 편입니다. 아무래도 아직 훈련이 되지 않은 부분이기 때문에 선뜻 시도하기에는 머뭇거려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던 와중 육일돌에 관심이 생기게 되었는데, 몇 년째 리페도 엉망인 채로 식모도 하다가 중단한 채로 귀신처럼 방치되어 있는 몬하돌을 떠올리게 되어 우선 작업을 해주게 된 것입니다. 있는 인형도 다 꾸며주지 못할 거면서 어찌 또 들여놓고 싶어서 쇼핑 사이트를 기웃거리는지..

 

 

-작업 과정과 재료의 사용

 

일단 안구를 끼우지 않고 눈을 그려서 작업을 하기 때문에 헤드를 가르지는 않아도 괜찮은 이유로 조금은 편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  메이크업 작업시에는 그립감이 좋아서 편합니다. 왠지 저란 사람은 인형 뒤통수에 편안함을 느끼나 봅니다.

 

그러나 그립감은 둘째치고 갈라지지 않은 헤드는 당연히 가발을 만들 때에 더 편리한 게 맞겠습니다. 어설프게 테이핑을 해주는 경우 가발 캡을 만들 때에 거추장스럽기 십상인지라.. 특히 PVC 소재의 경우 그 유연함으로 인해 손에 힘이 들어가면 어지간히 붙여놓은 뒤통수는 분리되어버리기 더 쉽다 하겠습니다.

가발은 꽈배기 형태로 길게 제작된 원사를 필요한 길이만큼 잘라 고데기로 살짝 펴주어서 극도의 구불거림만 처리해준 뒤 끝쪽을 목공풀로 마감하여 정리해서 만들었습니다. 헤드가 작으니 소요량은 많지 않아서 다행이랄까... 대신 섬세한 작업이 요구됩니다.

꼬불거리는 걸 정리하면 길어지는 사실을 망각했고, 예상보다 매우 길어진 모양새입니다.

가발 원사를 최소 40개 이상의 묶음을 만들어서 캡에 붙인 것으로 기억합니다. 원사 끝단 마무리는 목공 풀이 편하고, 캡에 붙일 때에는 젤 타입의 접착제가 편합니다.

어쨌든, 모든 과정 중에서 저에겐 이 것이 사실상 가장 재미없고 번거로운 작업입니다. 단순노동에 가까워서.

헤드캡은 인형 헤드에 랩을 씌운 뒤 종이 반창고를 사용하여 만들고 그 위에 접착제를 발라가며 연결해주었는데, 몬하돌의 피부 색감이 다소 짙은 느낌이라 제가 평소에 작업하는 인형들의 느낌과 매우 달라서 적응이 좀 안되긴 했습니다. 

평소 멍한 느낌의 리페인팅으로 완성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그중에서도 좀 센 느낌이 있어서 요즘에도 깜짝깜짝 놀라는 경우가 있습니다. 심지어 백발에 긴 머리라..물론 흑발이었으면 그 나름대로의 쎈 느낌이 있었겠지만요.

 

다이소 인형 계열과 같이 헤드가 PVC 소재이기 때문에 지우는 재료는 약국용 아세톤을 사용하며, 메이크업 재료는 파스텔, 색연필, 아크릴 물감 등을 자유롭게 활용하여 작업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안구 부분을 그려주어야 하므로 색연필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손은 제 생각을 따라가지 않는지라 이번에도 패스하고, 파스텔과 아크릴 물감만 활용하여 리페인팅을 해주었습니다.

 

메이크업을 완료한 후에 물감 터치의 부족한 부분을 커버하기 위하여 에나멜을 잔뜩 발라주었고, 눈 부분을 다소 가늘게 그렸기 때문에 그에 어울리는 느낌으로 속눈썹 각도를 아래쪽으로 내려붙여서 제 나름대로는 그윽한 눈빛으로 완성해주주었고, 이 과정에서는 워낙 헤드가 작아 어지간한 속눈썹이 길게 보이므로 들쭉날쭉한 길이의 속눈썹에서 짧은 부분만 잘라내어 부분 속눈썹의 형태로 붙여주었습니다. 

 

코팅제의 경우 처음, 마지막은 무광 코팅제를 뿌려주었으며, 중간에는 추가하지 않았습니다. 헤드 사이즈 기준 5인치 이하의 경우 중간 코팅을 잘 안 하게 되는군요. 그리 큰 차이는 안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마르고 긴 형태의 바디라 의상은 재봉틀보다는 글루건 등으로 입혀버리는 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탈착을 고려하여 작업을 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저 같은 사람은 성격 버리기 딱 좋은 상황이 오기 쉽더군요. 

 

-작업하는 재미와 앞으로의 진행방향

 

인형들의 소재는 우레탄, ABS, PVC 등을 오가지만, 모델에 따라 다양한 라인으로 출시되어 있어서 색다른 모습으로 완성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이렇게 기본적인 모습으로 꾸미는 것이 숙련되면 조금 더 다양한 모델의 인형들을 색다른 모습으로 커스텀해보고 싶은 목표를 세워봅니다.